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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웨인, 애플 지분 10%를 헐 값에 팔다

by 고독(高獨) 2023. 11. 16.

 

[1976년 애플 창업 멤버 스티브 잡스, 웨인, 워즈니악]

 

20111213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6쪽짜리 종이문서가 159만4500달러(당시 약 18억원)에 팔려 화제가 됐다. 낙찰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손꼽히는 부호, 에두아르도 시스네로스(Cisneros).

 

시스네로스가 6쪽짜리 종이에 18억원이나 지불한 이유는 세계 최대, 최고 기업 애플의 설립 문서이기 때문이다. 이 문서에는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Jobs), 스티브 워즈니악(Wozniak), 로널드 제럴드 웨인(Wayne)의 서명이 적혀 있다.

[2011년 소더비 경매에 나온 서명 종이]

 

이 경매로 다시 도마위에 오른 사람이 로널드 웨인이다. 1976년 4월1일 자로 작성된 애플의 설립 문서는 원래 로널드 제럴드 웨인(Wayne)의 소유였다. 두 명의 스티브와 함께 애플을 세운 웨인은 1994년 한 사업가에게 수 천 달러를 받고 이 문서를 넘겼다. 35년 뒤 수십억원 짜리가 된 문서를 당시 헐값에 넘긴 웨인으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지만, 앞서 애플 지분을 판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1976년 '애플 컴퓨터' 창업 당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창업을 기획했으며 잡스는 동업자와 의견 충돌시 중재자 역할을 하도록 '아타리'라는 게임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웨인을 동참시켰다. 이에 '애플 컴퓨터' 지분에 대해 잡스와 워즈니악은 각각 45%, 웨인은 10%를 보유한다는 내용의 '계약문서 초안'을 같은 해 4월1일 작성했다. 웨인은 애플이 창립과정에서 컴퓨터 성능테스트, 회로제작, 광고기획 등의 일을 했고, 애플의 첫 번째 로고와 회사 운영 매뉴얼 제작에도 관여했다.

[애플 로고의 변천사]

 

훗날 워즈니악이 자서전을 통해 웨인이 창립 초기에 엄청난 역할을 했다고 기록한 점을 보면 창립 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웨인은 창립 한 지 11일 만에 그만 두고 만다. 그리고 창립 시 받은 10%는 단돈 800달러에 넘긴다는 계약에 서명한다. 애플 지분의 10%의 가치는 23년 11월 15일 현재 기준 시총 한화 3,783조원(환율 1300원 적용)이 넘어 대략 378조원에 해당된다.

[지분 10%를 800달러에 넘긴다는 서명]

 

당시 웨인의 10% 지분 포기와 함께 애플을 떠난 이유로 '애플의 자금난'이 거론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잡스와 워즈니악의 성격차이에 따른 잦은 다툼 속에서 심리적인 고충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에 계속 있었다면 무덤에 들어가서야 부자가 됐을 것"

"당시 애플을 떠난 나의 결정은 옳았다."

로널드 웨인은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결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결과적으로는 현재 애플의 주가가 최고를 경신하고 있고, 엄청난 성공을 이루어 냈지만, 창립 당시를 보면 암울했을 것으로 보인다. 창립 전에 슬롯머신 투자로 자금난에 있었고, 개성이 너무 강한 두 스티브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잡스의 일하는 스타일로 보면 숨막혀 죽을 것 같다는 웨인의 말에 공감한다.

"잡스가 일을 무지막지하게 시켜 죽을 것 같았다.

두 천재에 비해 능력이 뒤떨이지는 내가 서류 정리나 하면서 일생을 보낼 것 같아 퇴사했다."